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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걸 동방복은 어찌나 놀랐는지 전신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했다. 도저히 몸을 피할 길이 없다고 체
념했다.체념을 하고 나니 도리어 마음이 한결 가라앉았다. 꼼짝도 하지 않고 떡 버티고 서서 시무
룩한 표정으로 씁쓸하게 웃었다.”히히히! 아가씨! 마음대로 나를 처치해 달라구! 점창파의 사걸이
실력이나 재간이 변변치 못할 바에야, 도망을 쳐서 목숨을 보존한다기로서니, 무슨 얼굴을 들고
천하를 활보할 수 있으리까?”그의 등덜미에서 냉소 소리를 터뜨린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천향나찰
홍백 아가씨였다.아가씨는 연방 코웃음을 쳤다.”흥! 이봐! 남아 대장부가 이게 무슨 창피한 꼴이
야?”인간이란 한 번 죽음을 결심하고 나면 도리어 마음이 안정될 수있는 법이다.지걸은 이미 모든
것을 체념했다는 표정으로 통쾌하게 너털웃음을 쳤다.”인생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겠소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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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한 가지 알고 싶은 일이 있소! 내가 숨을 거두기 전에 아가씨는 그것을 말씀해 주실 수있겠
소?”홍백 아가씨는 또 한바탕 간드러지게 웃었다.”호호호!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일이라면야 얼
마든지‥‥‥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에게 난들 그다지 인색하게 굴 수야 없잖아?”지걸 동방복
이 또 처참한 표정으로 생끗 웃었다.”천하제일방이란 바로 신영궁의 별명이 아니오?””그것 말이
군? 호호호‥‥‥‥”홍백 아가씨는 여전히 경쾌하게 웃으며 다음 말을 했다.”그건, 그대의 억측
일 뿐이야!””그러면 일견사 허비란 자는 바로 귀방 사람이오?””맞았어 ! 그 사람은 우리 방의 두
취우사자 중의 하나지!”지걸은 천천히 몇 발자국을 옮겨 놓아 굵직한 나무 근처로 가서 버티고
섰다.또 묻는 말이 있었다.”어제 일견사 허비의 말을 들어 보니까, 귀방에서는 소위 무예계의 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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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문파를 모조리 제압하고 패권을 잡을 결심을 하고 있는 듯한데 그게 사실이오?””사실이고 아
니고가 어디 있어? 이번 일이 끝나기만 하면, 우리 방주님께서는 여러 문파에 자진해서 해산하라
는 격문을 발송하시게될 텐데‥‥‥‥ 그대는 이미 죽을 몸이니까, 솔직하게 말해 줘도 무방하
겠지! 만약에 육대 문파 가운데서 이에 복종하지 않고 섣불리 반항해 보겠다는 망상을 품고 있다
든지 한다면, 그때엔 절대로 용서가 없을 거야! 아마 그대들의 점창산이 우리 방주님께서 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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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찾아가시려는 목표물일걸!”지걸 동방복은 흥백 아가씨의 말을 다 듣고 나자, 떨리는 가슴
속을 진정키 어려웠다.그러나 그는 자기 자신의 죽음쯤은 그다지 중대한 문제가 아니라고 체념
했다. 점창파 전체의 존망(存亡)을 생각하고 더 큰 괴로움을 참을 수 없었다.그는 암암리에 손가
락을 뻗쳐서 굵다란 나무에 뭣인지 글자를 새기면서 또 물었다.”아가씨의 방주님이란 대체 누
구요? 알려 줄 수 없겠소? 눈을 감기